나의 이야기

도둑이 들다

Joanne 1 2024. 11. 26. 13:34

[이 아침에] 밤새 안녕하신지?
중앙일보 Los Angeles
입력 2024.11.25 17:59 수정 2024.11.25 19:00


타이페이에 놀러 간 아들아이가 카톡을 했다. 우리  사업장인 야구 연습장에 도둑이 들었다며. 알람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건물 책임자가 아들아이로 되어있어서 여행 중인 아들에게 연락이 간 모양이다.

우린 예배 중이어서 교회 마치고 야구연습장으로 향했다. 알람회사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이미 다녀갔고, 신고서 양식을 두고 갔다. 피해 리스트와 피해액을 자세히 기록하여 제출하라고 한다.

가게문을 연 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오니 난리도 아니더라며 동영상을 찍어 두었다. 연습장 쪽 사무실은 금전등록기를 부수고 동전을 여기저기 흩어놓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건축회사 쪽 사무실도 온갖 서랍은 다 열고 뒤졌으나 있는 거라곤 도면들 뿐이라 가져갈 게 없었는지, 때마침 경찰이 와서 도망갔는지 다른 피해는 없다.

당장 오늘 영업 마친 후에 문 닫고 가야 하니 철문을 고쳐야 해서 수리공을 불렀다. 돈이 얼마 안 나오자 홧김에 부쉈을까? 금전등록기도 하나 새로 사야 한다. 그나마 사람 안 다쳤으니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무얼 도모하려면 생각도 좀 하고 전략도 짜야하건만, 무턱대고 철문부터 톱으로 자른 도둑이 안타깝다. 야구 연습장에 흔한 코인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게임용 코인이란다 도둑님아! 그걸 하나 넣으면 야구공이 여덟 개 나오는 가치밖에 없는 코인인 것을 미처 몰랐나 보다. 철문 자르려고 전기톱을 샀을 텐데 그 밑천도 못 건진 초짜 도둑 아닌가?

10년 전에도 이런 도둑이 들어 철망치고 이중문을 하고 셔터를 설치했었다. 그러다 다시 느슨해져서 셔터를 안 내리고 다녔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소홀해진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오히려 감사하다.

요즘 어려워진 경제 때문에 절도범이 늘어서 가정이나 상점에 피해가 많다고 들었다. 불황일 때의 도둑은 생계형 범죄로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근래엔 재미 삼아 놀이로 하는 어린 절도범이 태반이며 먹고 마시기 위한 유흥절도가 많은 게 문제라고 한다.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나의 가진 것이 내 소유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배부를 때, 배고픈 이들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타인을 위해 나누는 분량이 그 사람의 영성이라고 들었다. 나눔이 없는 삶은,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범은 아니어도 도둑질하는 삶이나 마찬가지라는 글을 읽었다.

땡스기빙의 절기에 도둑맞은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태껏 무난히 산 것에 감사(Thanks)하며 작은 것이나마 주위와 나눌(Giving) 때이다. “해피 땡스기빙!”

이정아 / 수필가
# 이 아침에 # 안녕 # 사무실 금전등록기# 야구 연습장 # 알람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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