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린덴바움, 타넨바움

Joanne 1 2016. 6. 23. 23:43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 수더분한 아줌마 같으면서 카리스마도 있고 난민에게 후한, 인정 많은 지도자. 그녀를 보고 독일에 후한 점수를 주었었다. 분단국가라는 동질감으로 화려한 파리나 유서 깊은 로마보다 베를린에 더 친밀감이 있었다. 겉멋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국민성.

그래서인지 항구로 마중나온 독일인 운전기사는 새로 뽑았다는 현대차를 가지고 나왔다. 코펜하겐에선 벤츠 버스로 서비스를 받다가 정작 벤츠의 나라에서 만난 현대는 스피드 제한이 없다는 아우토반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독수리여권 이어도 마음은 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러웠다.

로마를 제치고 세계 3대 관광도시로 등극했다는 베를린은 2년 전에 가봤던 로마만큼 혼잡했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았다. 베를린 도심의 빌딩 숲에서 만난 후지산 모양의 소니빌딩을 삼성에서 매입했단다. 연금공단에서 샀다는 큰 건물도 있었다. 해외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국. 국력신장을 새삼 느낀다. 한국 소유의 건물 앞에 한국 상징의 정자가 세워진 날은 광복절만큼 기뻤다는 한국인 가이드의 말에 공감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고 무뚝뚝한 독일사람들, 상대에 대한 친절함과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선진국인데도 화장실을 쓰려면 50센트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 난민들은 광장 곳곳에서 동냥을 하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댄다. 인정을 베푼 뒷면의 부작용이다. 관광도시로 거듭났다는 베를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였다.

베를린 광장 식당의 음식은 너무 풍성해서 모두들 절반도 못 먹고 남겼다. 독일인들은 대식가여서 그걸 한 끼에 다 먹는단다. 맥주나 물은 음식과 별도로 시켜야 하는데, 생수 두 병에 13유로(약 15불)를 지불했다. 밥값보다 비쌌다. 헐!

1989년에 무너진 장벽엔 화합의 상징으로 당시 동서독을 대표하는 총리의 키스 장면이 그려져 있다. 장벽 그림 중 제일 유명한 두 남자의 '형제의 키스'다. 장벽 앞엔 방독면과 군모를 늘어놓고 팔고, 예전의 국경초소를 복원해 그 앞에 동서독 군복을 입은 모델이 2유로를 받고 모델 노릇을 하고 있다. 노스탤지어를 유머로 승화시킨 상술이 재미있다.

베를린의 가로수는 대부분이 린덴바움(보리수)이었다.  크루즈 항구인 워너문데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끝없는 평지엔 침엽수인 타넨바움(소나무)이 늘어서 있다. 여고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노랫말에 들어있던 두 단어를 만났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보리수 노래는 이렇게 시작했다. "암 부르넨 포 뎀 토레…." 뜻도 모르고 외워 부른 노래 속에 린덴바움이 있었다. 독일 민요인 소나무를 "오- 타넨바움, 오- 타넨바움"하고 부르면서 푸른 독일을 상상했던 시절이 있었다.

두 나무를 보면서 베를린에서 독일인 운전기사와 함께 불러본 추억의 노래로 마음이 일렁였다.

아, 시간을 오래 전 그 시절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사입력 2016/06/06 21:12

미주 중앙일보[이 아침에] 베를린에서 만난 추억

수필가: 이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