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

Joanne 1 2015. 9. 19. 09:53

 

 

 

 

 

 

세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                                              



5월 말 메모리얼데이 세일에 산 차를 7월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 되는 날 부셔 먹었다. 새 번호판을 달자마자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30년 무사고 운전 커리어에 금이 갔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더욱 교통체증이 심한 101 프리웨이에서였다. 모두가 거북이 걸음인데 오른쪽 차선에 있던 차가, 천천히 가는 교통 흐름이 답답했는지 내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 내 차의 오른쪽으로, 앞차의 왼쪽 뒷범퍼를 박는 형국의 사고가 난 것이다.

속도가 느렸기에 망정이지 천만다행이었다. 상대방 차는 아주 오래된 SUV로 탱크 같았다. 긁힌 자국도 보일 듯 말 듯이었는데, 소형차인 내차만 맥주 캔처럼 쭈그러들었다.

히스패닉 운전자는 뒤에서 박은 것은 순전히 내 잘못 이라며 면허증도 보험증도 안 보여주고 겁을 준다. 안에 두 명의 아이들이 놀라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그것도 모두 나의 책임이라나? 놀라긴 내가 더 놀란 것 같은데 말이다.

911로 전화하여 도움을 청했더니 멋진 하이웨이 순찰 경관이 검정 가죽부츠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타났다. 경찰이 물으니 다친 사람 없다고 안전벨트도 맸다고, 상대 차의 8세, 13세 아이들이 대답한다. 경찰이 상황을 체크하고, 운전 속도 등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쪽지 한 장씩을 준다. 상대의 인적사항은 신고 접수서를 사진 찍어왔다. 양쪽 모두 마이너한 사고라고 경찰이 적었다. 보험사로 자세한 리포트가 갈 것이라고 한다.

보험사에 사고를 알리니 하필 연휴여서, 연휴 후에야 처리된다고 한다. 운전도 못하고 꼼짝 없이 집에 있었다. 실은 손도 가슴도 떨려 운전을 못할 지경이었다.

그 후 보험사에 경위 설명하랴, 손해 감정관을 만나 견적서 받고, 수리 센터에 맡기고, 임시로 차 렌트 하랴, 처리과정이 마냥 복잡하고 스트레스였다. 상대방은 어느 새 병원 치료를 시작했다며 내 보험에 클레임을 걸었다. 내 차 수리에 열흘 넘게 걸렸다.

그 사이 양쪽 보험에서 서로 조사를 한 바 내 과실이 0%로 검증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내가 쓴 비용이나 디덕터블도 상대 쪽에 청구할 수 있단다. 한 시름 놓았다.

작은 사고지만 처리하고 해결하는 데 거의 한달 애를 끓였다. 노심초사하며 징징대는 내게, 일상 중 생기는 흔한 해프닝의 하나일 뿐 이라며 남편이 자주 쓰는 말로 달랜다. "세라비(C'est la vie)."

정신 차리고 나니, 뒷마당 석류에 알알이 여름이 붉게 박히고 대추는 맛이 들어가는 중이어서 곧 가을이 오겠다 싶다. 지지고 볶으면서도 세월은 간다. 맞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LA중앙일보][이 아침에]

수필가 이정아 07.31.15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