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dollar hamburger'
'100달러 햄버거'라는 말은 비행사들 사이에서 자주 쓰는 슬랭이다. 경비행기를 타고 한 두시간 짧은 여행을 한 후 도착지에서 요기하고 돌아오는 걸 '헌드레드 달러 햄버거'를 먹고 왔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아들 아이가 원하는 옵션의 차가 옥스나드에 위치한 딜러에 있다며 그걸 굳이 사러 간다고 했다. 세 식구가 남편이 조종하는 세스나를 타고 옥스나드 비행장에 내렸다. 아이는 차를 픽업해서 오고 우리 내외는 비행장에서 기다렸다. 아무리 작은 비행장도 파일럿을 위한 스낵이나 물이 있고 작은 레스토랑이 있기 마련인데, 옥스나드 비행장엔 덩그러니 밴딩 머신에 세 군데의 렌터카 회사 창구만 있었다. 식당이 없으니 핫도그나 햄버거도 없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검색해 보니 가까운 거리에 한국인이 하는 횟집이 있었다. 오래 전 가 본 그 집 같았다. '어부의 집'으로 가는 길은 엄청 변화하여 놀랐다. 마치 뉴포트비치처럼 달라져 있었다. 고래 구경을 하러 왔던 20년 전의 채널 아일랜드가 아니었다. 마리나에 정박된 요트들과 집 앞에 닻을 내린 개인 보트는 옥스나드가 농산물 재배지가 아닌 부촌으로 변모한 것을 보여준다.
옥스나드 하버에서 한국식 회와 생선찌게를 먹고 아이는 차를 몰고 제 집으로 가고, 우린 비행기로 돌아왔다. 비행시간은 왕복 한 시간에 비행 전 준비 시간과 비행 후 연료 채워 넣고 정리하는 데에 30분이 더 걸렸지만 짧은 트립이었다.
비행기 옆을 스치던 하얀 솜사탕 구름, 작은 거품처럼 보이는 수많은 요트들, 시원한 푸른 바다와 높디 높은 하늘은 답답한 마음을 한 번에 날려주었다. 며칠 전부터 아팠던 두피 신경통이 씻은 듯 나았으니 말이다.
한편 위에서 내려다 본 말리부캐년의 집엔 집집마다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고, 옥스나드 평야엔 박스에 나란히 누운 껌 같은 비닐하우스 군락들, 샌타모니카 해변에는 개미처럼 움직이는 피서객들이 보인다. 더 위에 계신 창조주의 눈엔 나도 그저 점에 불과 할 것이다. 땅에 내리면 더욱 더 겸손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찰스 린드버그는 대서양을 최초로 논스탑 단독 비행한 사람이었다. 그는 비행에는 "아름다움과 자유, 과학, 모험(beauty, freedom, science, adventure) 그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고 했다. 몇 번 안되는 탑승 경험이지만, 사람들이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하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벌벌 떨던 나도 이젠 우황청심환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100불 햄버거 대신 광어회' 였다.
[이 아침에] ' 100 dollar hamburger '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09.11.1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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