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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하이디

[이 아침에]무뚝뚝한 하이디미주중앙일보 07-07-2025 19:35 입력이정아/수필가호텔에 체크인할 때 조식도 함께 예약을 해서 인터라켄의 호텔에서 4일간 스위스식 아침을 먹게 되었다. 아메리칸 브랙퍼스트와 별다르진 않았는데 유럽 답게 빵과 치즈가 다양했다. 식당 서버들은 대부분 아주머니들로 어려서 읽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중년버전 같았다.이 하이디들은 어찌나 성실한지 멀리서 보고 있다가 그릇이 비면 새것으로 바로바로 교체를 해주어 공연히 미안했다. 하는 품새도 절도 있는 군인 같아서 먹는 우리도 빨리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흔한 달걀 프라이가 없어서 의아했는데 그건 하이디에게 주문하면 주방에서 바로 만들어주었다.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시작하는 미국의 호텔 조식뷔페..

나의 이야기 2025.07.08

역지사지의 인생

역지사지의 인생이정아/수필가박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생쥐가 소리친다. “오, 천사로구나!” 생쥐의 눈에는 날개 달린 박쥐가 천사로 보일 수 있겠구나 하고 실소했다. 2016년 91세를 일기로 작고한 프랑스 작가 미셸 트루니에의 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쥐들이 아닌 인간세계에서도 종종 이런 착각을 한다. 모두들 자기 처지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남을 판단함으로 인해 자주 부딪치게 된다. 오죽하면 인간은 마음속에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를 키우며 산다지 않는가.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며 살아야한다. 그 역지사지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가게에서 일하는 두 ..

나의 이야기 2025.07.03

우당탕 결혼기념 여행

[이 아침에]우당탕 결혼기념 여행[Los Angeles]미주 중앙일보입력 2025.06.04 04:39이정아/수필가다리가 부실해서 오래 걷기가 힘든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남편이 결혼기념여행계획을 짜면서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서 무심히 ‘스위스’라고 했다. 그 대답에 코가 꿰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암스테르담을 지나 스위스 인터라켄까지의 길고 복잡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남편을 외삼촌이라 부르는 시댁조카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고, 고모부라 부르는 친정조카를 암스테르담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교제하고 그 아이들의 피앙세도 면접(?)하고 오는 길은 간단한 길이 아니었다. 직항으로 목적지에 가서 호텔에 체크인하는 것도 힘든 몸이 비행기와 기차와 우버를 번갈아 타며 돌아다녔다. 다행히 전동 스쿠터를 가져가서 큰 도움이..

나의 이야기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