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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들

[이 아침에]불면의 밤, 파면 그 후[Los Angeles] 미주 중앙일보입력 2025.04.07 19:46이정아/수필가지난 몇 달 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이젠 끝나나 보다 기대했는데 무산이 되어버렸다.미국국적의 내가 무에 그리 한국정치에 관심이 있었으랴만, 조국의 일이며 형제 친지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성질은 급한데 헌재의 결정은 부지하세월이라 불안하여 일손을 놓았다. 글이 써지질 않아 잡지사 기고문도 신문 칼럼도 순서가 뒤처졌다.독서도 멀리하고 드라마와 영화에도 눈이 안 갔다. 현실이 더 극적이고 피를 말리는데 이런 스토리를 어디에서 체험한 단말인가? 유튜브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 열불 나는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선배님들과의 친목모임에 가서는 한국정치이야기를 하다 서로 얼굴을 붉혔..

나의 이야기 2025.04.08

눈먼 사랑을 구경한 죄

[이 아침에][눈먼 사랑을 구경한 죄][Los Angeles] 미주 중앙일보입력 2025.03.10 19:03이정아/수필가간신히 얻어가진 밸런타인 장미꽃은 일주일이 넘어가자 시들었다. 거꾸로 매달아 말려볼까 하다가 말린꽃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듯한 궁색한 짓은, 내 나이엔 하는 게 아니다 싶어 초록색 쓰레기 통에 과감히 던졌다. 안개꽃과 유칼립투스는 아직 쓸만하건만. 신혼부부도 아니고 45년 동안이나 살면서 무슨 사랑운운 할게 남아있을까? ‘동지애’ 정도겠지. 50대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이를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중계했다. 사랑과 연기와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지 않은가? 본인 말로는 사랑이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부적절한 관계였다. 눈먼 사랑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 같았다. 이목이나 평판..

나의 이야기 2025.03.11

사랑주머니

사랑주머니이정아/수필가민속명절인 설날이 지나자, 사방이 하트로 도배되는 사랑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살던 시절엔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하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일본, 중국, 한국의 동남아권 에서는 2월 발렌타인 데이에 진 빚을 갚으라고 3월 화이트데이가 생겼다고도 한다. 3월엔 남자가 여자에게 캔디를 준다나 뭐라나. 일본에서 들어온 풍속이라는데 아무래도 초콜릿 회사가 만든 상술인듯하다.그러다가 미국에 오니 한국과는 양상이 달랐다. 성 발렌티노 신부가 등장하는 전래된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꽃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발렌타인 데이인 것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 조부모, 선생님에게 하트를 그리거나 색종이로 오려 붙인 카드를 선물하고. 대개 남자가 아내나 ..

나의 이야기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