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칠면조 Turkey

Joanne 1 2022. 11. 27. 05:59

칠면조, 터키 Turkey

이정아

이곳 사람들의 추수감사절용 절기음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칠면조 요리이다. 올해만 해도 감사절에 4,500만 마리의 터키가 소비되었으며 성탄절엔 약 2,000만 마리의 터키가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 엄청 터키를 먹어 치우는가 보다. 기름기 없는 건강식이라 알려져서 터키 샌드위치 등이 인기 있기는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초콜릿’과 ‘칩’이라는 이름을 가진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하면서 이 칠면조들이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방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마다 감사절에 있는 연례행사이다.

미국인들이 터키를 좋아한다는 것이 터키 쪽에서 볼 땐 사생결단의 일이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류임에도 머리에 털이 없이 주름만 늘어진 칠면조는 새 같지가 않고 기괴한 동물 같다.

내가 여학교의 선생일 때, 그 학교의 교장 사택이 교정의 후원에 있었다. 칠면조 세 마리가 마치 경비견처럼 마당에 돌아다녔다. 학생들의 예절지도를 위한 실습실로 사택을 개방하였던 터라 가정 선생인 나는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그 칠면조가 아주 무서웠다. 얼굴색을 수시로 바꾸면서 달려드는 조류가 사나운 개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부르더니 칠면조 한 마리를 잡아 요리를 해 보라고 가정 선생인 내게 명령을 내리는 거였다. 칠면조가 무서워 꽁무니 빼기 바쁜 내게 칠면조를 잡으라니. 할 수 없이 남자 생물 선생과 합동작전으로 목을 비틀고 거의 울면서 털을 뽑은 기억이 난다. 오븐 구이는 생각도 못하고 굵은 뼈를 토막 내어 닭 도리 탕 비슷한 요리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걸 맛본 동료 교사들의 알듯 말듯한 표정. 솜씨 없는 가정 선생이 부임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후에 들었다.

무서워서 간도 안 보고 만들었던 칠면조 요리가 이곳에 오니 아주 파퓰러 한 명절 음식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감사절이면 크리스마스면 당연히 먹어야 하는 터키 요리. 교회에 가도 어느 집에 초대가 되어가도 피할 수 없는 요리이다. 나는 터키 뱃속에 넣어 구운 스터핑이나 위에 끼얹어 먹는 크랜베리 소스로 입맛을 다시며 먹는 시늉만을 할 뿐이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맘모스 스키여행에 동행하던 남편의 절친 검프씨 내외가 늘 20파운드 넘는 터키를 준비해와서 3박 4일 내내 지치도록 상에 터키가 올랐다. 재작년에는 터키를 싫어하는 나를 생각해 베개만 한 터키햄을 준비했다기에 웃었다. 브라운 슈가를 뿌리고 파인애플을 얹어구우니 그래도 먹을만했다.  

올해는 검프씨의 다리 수술과 미세스 검프의 코로나바이러스 양성으로 검프 가족은 집에서 요양 중이다. 아들과 남편은 스노보드를 타러 맘모스로 떠나고, 나는 친구가 안가니 함께 수다 떨 상대가 없다는 핑계로 덩달아 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쉬고 있다. 이게 바로 최상의 휴가가 아닌가 싶다.

#2022#thanksgiving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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