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줄리의 법칙

Joanne 1 2021. 4. 14. 23:11

[이 아침에]줄리의 법칙



[LA중앙일보] 2021/04/14 미주판 20면
입력 2021/04/13 19:00

이정아/수필가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데 그 일이 원하지 않는 불운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경우,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팬데믹 기간 중 교통사고가 났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스톱 사인에 서지 않고 질주를 하여 그대로 남편이 운전하던 차를 받았다. 차는 큰 손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간 청년은 안타깝게도 며칠 뒤 사망을 했다. 경찰에 의하면 사고 난 오토바이는 청년이 훔친 거였고, 그 청년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절도죄를 짓고 사고를 냈다는 거였다. 유명을 달리한 청년에게 가졌던 죄책감이나 동정심도 반감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필이면 사망사고, 하필이면 훔친 차, 하필이면 교도소. 최악의 교통사고 케이스를 만난 셈이었다. 사고해결에 몇 배나 더 시간이 걸렸다.

‘하필이면’이란 말은 ‘왜 나만?’이라는 의문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까 남의 인생은 별로 큰 노력 없이도 잘 나가는데, ‘하필이면’ 내 인생은 일이 얽히고설키고 손해 나기 일쑤냐는 것이다. 사고의 당사자인 남편은 세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라며 오히려 담담했는데, 나는 성탄절 무렵부터 무척이나 우울했다.

우리 인생에 우울한 머피의 법칙만 있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반대되는 개념의 ‘샐리의 법칙’이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샐리의 법칙’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여주인공 샐리가 좌충우돌하고, 하는 일마다 꼬이면서도 끝내 해리와의 사랑을 성취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보기 직전에 잠깐 펼쳐본 책에서 시험문제가 나왔다든지, 지각을 했는데 그날따라 교수님이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다든지. 이상하게도 일이 잘 풀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경우를 말한다.

정말로 그랬다. 오래전 수술받으러 한국에 나갔을 때, 낯선 한국병원에서의 모든 일정이 톱니바퀴 맞듯 착착 돌아갔다. 친정어머니는 “너는 살겠다. 하늘이 보살펴 주는 게 보인다.” 하셨다. 나중에 보니 신장이식 담당의가 여고동창의 남편이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우렁각시의 도움을 받은 거였다.

살면서 머피의 법칙, 샐리의 법칙도 겪었는데, ‘줄리의 법칙’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막연한 행운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원하는 일은 뜻밖의 과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경험법칙을 말한다. 운수의 불공정에 따른 머피의 법칙, 예상치 않은 행운이 겹친 샐리의 법칙과는 다르게 줄리의 법칙은 사람 마음의 간절함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시니라”라는 성경구절을 생각해보니 줄리의 법칙은 하나님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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