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에 한 번 신문에 1500자 글을 쓰는 나는 쉽진 않지만 열심히 쓴다. 정성껏 퇴고하여 보내고 나면 반드시 한 두개 고쳐야 할 것이 눈에 띈다. 염치 불고하고 논설위원실에 수정본을 보내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그러진 못한다. 바쁜 분들께 나로 인한 번거로움을 주기 싫어서이다.
1998년부터 2015년 지금까지 병원 신세질 때 제하곤, 이 곳의 두 신문에 번갈아 쉴 새 없이 썼지만 아직도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는 자신이 없다. 독자들께 어필할 제목 붙이기도 어렵다. 가끔 전문적인 편집인들이 고쳐서 내 보내주면 훨씬 깔끔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매일 글을 쓰는 기자들은 글 선수이다.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를 갖추고 글을 쓰니 문장도 정확하고 문법도 틀림없고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을 쓴다. 하수가 고수에게 배우는 것은 상식이어서 마침 신문에 글쓰기 강좌 안내문이 떴기에 망설임 없이 등록했다. 8시간 강의에 40불이라니 교재로 쓰는 종잇값은 물론 품(?)도 안나오는 일을 순전히 독자서비스 차원에서 개설한 것이다.
타운의 어느 분은 한글 깨친 사람은 모두 자칭 문인이라고 한다며 비아냥대듯 말했다. 부끄러웠지만 작금의 이곳 문단 처지가 그러니 반론이 어려웠다. 바른 한글도 아니고 예전 한국에서 쓰던 맞춤법으로 마구잡이 글을 쓴다. 이곳 여러 문인 단체의 연간 문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작가로 불리길 원하면서 기본도 못 갖춘 글이 발표되면 본인뿐 아니라 이곳 문단 전체의 망신이기도 한데 말이다.
그랬기에 이 강좌에 많은 문인들이 참석 했으면 했다. 한국에서 '예전에 유명했던(이 말은 이젠 한가한)' 어르신 누구 누구가 온다 하면 성황을 이루지 않던가. 이번 강좌에 가보니 문인은 없었다. 후에 친구를 꼬드겨 한 명의 작가가 추가되긴 하였지만.
한 강의실 가득 수강 신청자가 모였다. 아파트 뉴스레터 제작자인데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공지를 잘 쓰고 싶다는 분, 교회의 공지문을 잘 만들고자, 중앙일보 독자란에 투고를 잘 하기 위해, SNS를 잘 해보려고 등 여러 이유로 참석을 했다 한다. 일반 분들이 이렇게 글쓰기에 열정적인 걸 보니 자극이 되었다. 더 열심히 쓰자 마음을 다 잡는 기회가 되었다.
강사들의 강의는 40여명이 듣기엔 너무 아까웠다. 한국에서 다녀간 어느 강사들보다 실력도 스펙도 뛰어난, 그리고 이곳 사정에 밝은 분들이어서 더 잘 통했다. 글 잘 쓰는 분들이 강의도 어찌나 유려하게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읽는 이와 소통이 되게 쓰고, 요점을 잘 정리해서 간결히 쉽게 쓰며, 되도록 짧은 문장을 쓰라. 그리고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지켜라. 틈틈이 독서와 쓰는 연습을 해서 글의 근육을 키우자." 많이 듣던 글쓰기의 금과옥조이지만 체험담과 투고 원고의 실례를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났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학창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커뮤니티를 위해 유용한 강좌를 마련해 준 신문사에 감사한다.
나중에 합류한 문우도 좋았다고 감탄하며 고마워한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문우들에게 널리 알려 함께 공부하리라. 나이 먹어 공부하는 일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시선이 두려워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하지 않던가.
공부에 빠져본 4주간 즐거웠다. 이젠 무슨 재미로 살까.
[이 아침에]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수필가: 이정아
미주 중앙일보 LA
기사입력 2015/12/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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